[석촌호수 파스타 맛집/ 송리단길 브런치 낮맥]
서른살 백수들의 데이트 벨라스 가든
Bella's Garden (Jamsil cafe restaurant / brunch cafe in Songpa seoul)
정말 오랜만에 송파에서 약속을 잡았다. 지금은 아니지만 서울살이를 할 때면 우연처럼 계속 송파에 살았었다.
20살 때 (설레면 안 되지만) 부푼 가슴을 숨기지 못하고 경기도 지방에서 처음 상경했던 재수학원 다니던 시절,
그 후 종종 친척언니들의 자취방이 송파에 있어서 방학 때면 함께 지냈고,
대학교를 졸업하고 우연히 친한 언니들과 같이 자취하며 회사를 다니던 그 시절에도 난 송파에 살았다.
그때는 일상의 한페이지였던 석촌호수, 잠실 롯데월드, 롯데타워 등등..
일 끝나고 혼자 산책을 하거나, 심지어 옛 아르바이트도 그곳에서 했었고..
옛 연인과 처음만나 데이트를 즐겨하던 곳도 저곳이고.. 나에게 말할 수 없는 특별한 추억들이 가득한 동네 송파이다.
긴 여행과 해외 살이 후 2년 만에 세계여행 중 만났던 인연을 만나기 위해 요즘 핫하다는 송리단길에서 약속을 잡았다.
그날 만났던 친구는 경상도에서 쭉 살았고 자란 친구라 서울에 올라오면 가고 싶다는 곳이 많았었다.
잠실 쪽은 거의 안와봤다길래 한때 내가 살아서 잘 알기도 했고, 또 나도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해서 이 쪽에서 만나자고 했다.
우리는 처음 태국에서 만났을 때도 그랬고, 이번에도 그렇고.. 늘 맥주가 고팠다.
백수 두명이서 낮에 만나면 꼭 필요하다는..그 아이템! '맥주'가 필요했다. 우리는 그래야만 했다.
그래서 다른 검색창에 '송리단길 맥주', '송리단길 낮맥'이라고 치니까 여러 포스팅이 검색되었지만 결국은 다 비슷한 곳이었다. 브런치를 먹으면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의 카페나 레스토랑이 대부분이었다.
사실 내 취향은 을지로 노포에서 먹는 맥주...이지만 그날만큼 우리도 한껏 분위기 내보자 하고 한 레스토랑을 미리 찾아놓았었다.
2년 만에 친구를 석촌역에서 반갑게 상봉하고 우리는 바로 그 레스토랑으로 걸어갔다.
그런데 이게 웬일.. 그 브런치 가게가 문을 닫았다.. 아마 겉모습이 망한듯 보였다. 그래도 당황하지 않고 주변 가게를 찬찬히 살펴봤다.
미리 알아놓은 가게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아 작은 골목에 익숙한 간판이 보였다.
Bella's Garden
보자마자 "여기 나 인터넷에서 봤는데 괜찮았다고 들은 것 같아. 여기 갈래?"라고 묻자마자 친구도 흔쾌히 좋다고 했다.
이미 몇 테이블은 식사 중이었고, 분위기는 아늑하고 고급스러웠다.
무더운 여름날은 역시 에어컨인가 보다. 일단 들어와서 앉으니 다 해결되는 느낌이다.
메뉴판을 한참 보다가 일단 생맥주 2잔과 게살이 들어간 로제 파스타와 아보카도가 들어간 파니니를 시켰다.
오랜만에 만난 탓에 우리는 참 할 말이 많았다.
30살 백수 두 명이서 대낮에 이런 브런치카페에서 생맥주라.. 듣기만 해도 행복하지 않나..?
우리 둘은 현실은 '돈'은 못 벌고 있지만 그래도 늘 '꿈'과 '낭만'을 품고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이 순간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.
한참 이야기에 빠져있는데 파니니가 먼저 나왔다.
기본샐러드를 함께 줬는데 맛은 딱 평범했다. 파니니와 샐러드 둘 다 특별한 맛은 없지만 딱 우리가 기대한 그런 맛이라 나쁘지 않았다.
8년간의 자취 생활 덕분에 나는 사실 어지간한 요리는 다 한다. 그리고 요리를 즐기는 사람이다. 게다가 외국 생활을 짧지 않게 한지라 파스타는 거의 어지간한 레스토랑에서 만드는 거랑 비슷한 맛을 내던가.. 가끔은 어떤 곳보다는 더 맛있게 만든다. 아,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여기 로제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는 거. 아마추어가 따라할 수 없는 그런 걸죽함과 찐한 맛이 있었다. 딱 내스타일이었다.
사족이 길었지만, 내가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파스타 하면 자신 있는 사람인데.. 크.. 진짜 여기 게살이 들어간 로제 파스타는 친구랑 감탄하면서 먹었다.
분위기도 조용조용했고, 무엇보다 데이트하기 딱 좋은 장소 같았다.
가격은 저렴하진 않지만 송리단길 물가를 생각하면 평범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. 나쁘지 않았다.
*우리가 먹은 메뉴*
치킨 아보카도 파니니 (그린 샐러드 포함) 18,000 원
꽃게 로제 파스타 M size 22,000원
하이네켄 생맥주 7,500원 X 4잔
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이 레스토랑, 밤 분위기도 꽤 괜찮은 것 같던데. (가끔 그런 사진을 보면 연애를 하고 싶긴한가보다..)
그리고 메뉴판에 와인도 있었다. 분위기 내고 싶은 저녁에 와인 한잔과 함께 이곳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.
연인끼리 오거나 가족끼리 오면 편안할 곳 같다. 물론 여자 친구들끼리 오기도 좋고.
그리고 이곳은 브레이크 타임이 있다고 하니 꼭 유의해서 가시길!
브레이크 타임 15:00-17:00 (주말 제외)
가는 방법은 지도로 첨부해본다.
잠실역과 석촌역 중간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. 참고로 나는 석촌역에서 내려 걸어갔는데 가면서 송리단길 골목골목을 구경하느라 그리 멀다고 느껴지지 않았다.
이곳에서는 간단하게(?) 먹고 저녁에는 또 송리단길을 느껴보러 다른 곳을 가기로 했다. 바로 루프탑!
내가 이태원을 좋아하는 건 루프탑에서 마시는 맥주 때문이었는데, 송리단길에도 여름밤 냄새 맡으면서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2차는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.
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집니다→